키움 선수들이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대패한 후 아쉬운 발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박동원(32)이 KIA로 떠난 날, 히어로즈 선수단 분위기는 이전과 달랐다.
전날 이정후의 원맨쇼로 승리를 따내 위닝시리즈에 도전할 만한 기세로 봤는데, 경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발목 부상을 딛고 돌아온 한현희는 2.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6안타 9실점(8자책)으로 무너졌고, 타선도 썩 위협적이지 않았다.
홈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IA를 만나면 이길 확률이 높은 팀이라는 이미지도 이날 경기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풀이 죽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선발 투수가 조기에 무너진 영향도 있겠지만 ‘또?’라는 물음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키움은 수준급 프랜차이즈 스타를 현금과 맞바꾸는 전통을 갖고 있다.
장원삼 이현승 황재균으로 대표되는 히어로즈식 트레이드는 강정호 김하성 등이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코로나 여파로 구단 살림이 어려워졌다고는 해도 현금 트레이드는 히어로즈식 트레이드의 부활로 비칠 여지가 상당하다.
잊을만 하면 떠오르는 ‘선수 팔아 연명한다’는 비판과 직면한 이유다.

키움 6번타자 박동원이 1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 3회초 2사 만루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린후 홈인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선수단 입장에서는 또 한 명의 베테랑이 떠나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키움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클럽하우스 리더 박병호가 KT로 떠나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시즌 개막 한 달도 되지 않아 박동원이 팀을 떠났으니 유쾌할리 없다.
박동원은 키움의 젊은 투수들을 이끄는 힘을 갖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대화를 통해 투수들의 자신감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박동원을 주장으로 선임하고 싶어 했을 정도다.
키움 이정후는 지난해 연말 “베테랑이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경기를 풀어갈 때일수록 차이가 크다.
특히 우리 팀은 젊은 선수가 많아 분위기에 휩쓸리는 편인데, 베테랑 형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편차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야수 쪽이야 이정후가 그 역할을 하면 되지만, 투·포수 쪽은 새로운 리더를 찾아야 한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1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승리한 후 선수들에 박수를 보내며 자축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키움 홍원기 감독은 “팀 전통이 한 명이 빠져도 또 다른 선수가 등장하는 것”이라며 “완전치 않은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이런 전통이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박동원이 빠졌지만 또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느낄 허탈감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리더가 등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팀 성적보다는 개인 역량을 최대한 키워 좋은 팀으로 가는 것이 목표인 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키움은 이런 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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